I (사)한국색연필화협회 배영미 이사장과 나누는 우리 곁의 예술 이야기

사진 : 작가 배영미. (사)한국색연필화협회 제공.

색연필화가 큰 인기를 끌며 미술 세상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짝 인기를 넘어 단단한 예술 장르로 뿌리 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미술산책이 배영미 (사)한국색연필화협회 이사장을 만나 색연필화의 오늘과 내일을 물었습니다.


― 요즘 색연필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 뜨거운데요.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어떤가요?

“정말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색연필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쓰는 도구이거나, 밑그림에 대충 색을 채우는 보조 도구 정도로만 여겼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어른들을 위한 미술 수업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이 되었고, 전시회에서는 ‘이게 정말 색연필로 그린 게 맞느냐’며 깜짝 놀라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제 색연필화는 누구나 즐기는 취미를 넘어, 자기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하나의 당당한 예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 색연필이라는 도구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친근함’과 ‘편안함’ 덕분인 것 같아요. 색연필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손에 쥐어봤던 도구잖아요. 그래서 시작할 때 겁이 나지 않죠. 물이나 기름을 섞을 필요도 없고, 장소에 상관없이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릴 수 있는 ‘참 착한 예술’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색을 수십 번 겹쳐 쌓는 ‘레이어링’ 과정을 거치다 보면, 유화 못지않게 묵직하고 깊은 색이 나옵니다. 이 정직한 과정에 푹 빠져들 때 느끼는 즐거움이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 관심이 커진 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전문성’에 대한 시선이 아직 부족하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맞습니다. 덩치가 커진 만큼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아직도 ‘색연필은 작고 세밀한 그림에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커다란 작품부터 추상화까지 못 그릴 게 없거든요. 단순히 사진을 똑같이 베끼는 손기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고, 이를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져야만 색연필화의 위상도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과 발표 기회가 골고루 주어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갖춰져야 할까요?

“지금은 색연필화를 배우는 분들은 정말 많아졌는데, 실력을 쌓은 뒤에 작가로 데뷔하거나 내 작품을 제대로 보여줄 무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저 취미로만 남겨두기엔 아까운 실력자가 많거든요. 이제는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는 수업은 물론,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배우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공모전이나 기획 전시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 (사)한국색연필화협회의 역할이 참 중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에 힘을 쏟으실 계획인가요?

“협회는 작가들을 서로 이어주는 사랑방이자, 장르의 기준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합니다.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성장할 밑거름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리려 합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예술 단체들과 손을 잡고 우리 작가들의 솜씨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대중에게는 색연필화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더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 유튜브나 SNS 같은 온라인 환경의 변화는 색연필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는 영상들이 인기를 끌면서 색연필화의 매력이 널리 알려졌죠. 다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짧은 영상 위주로 소비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깊은 고민이나 섬세한 기법을 놓치기 쉽거든요.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는 영상을 넘어, 예술적인 가치와 깊이 있는 교육 내용을 담은 콘텐츠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열기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색연필화의 앞날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색연필화의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관심을 어떻게 계속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죠. 작가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대중은 이를 진지한 예술로 아껴주며, 관련 단체와 브랜드가 긴 호흡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색연필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따뜻한 도구입니다. 이 작은 도구가 여러분의 손끝에서 커다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세요. 서두르지 말고 선 하나, 색 한 층을 소중히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예술 세계가 완성될 것입니다. 그 길에 (사)한국색연필화협회가 늘 든든한 친구로 함께하겠습니다.”

색연필화는 친숙한 재료라는 장점 덕분에 대중과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동시에 섬세한 표현력과 작품성을 갖춘 예술 장르로서의 가능성도 큽니다.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저변 확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시선입니다.

장민수 미술산책 기자 drawingwalk@drawing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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